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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ffee

커피 좋아하세요?

by A_universal_seoulite 2021. 12. 27.

한 때는 나도 사약만큼 쓰디쓴 커피를 넘기기가 힘들어서 라떼나 카푸치노를 마실 때가 있었다. 그 때는 그냥 출근길에 또는 점심먹고 사무실에 들어가는 길에 스벅 종이컵 하나를 들고 걷는 것이 좋아서 커피를 마셨다. 커피컵을 한 손에 들고 오피스 빌딩 사이를 걷는 것이 왠지 멋있는 것 같았고 회사를 향하는 내 발걸음이 덜 무거운 느낌이었다.

그러다 커피가 좋아진 것은 2013년 가을쯤이었던 것 같다. 매일 같이 숨막히는 사무실에서 숨 한 번 편히 내쉬지 못하던 그때, 그냥 문득 커피 드립하는걸 배워보고 싶어졌다. 야근, 주말근무가 늘상 있던 일이라 시간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점심이나 저녁시간 밖에 없었기 때문에 회사 주변에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검색을 해봐도 그런 곳은 없었다. 지금이야 유튜브에 없는게 없는 세상이라지만 그 때는 생각보다 커피 드립을 배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.

그러던 어느날 저녁을 먹고 회사 근처 한적한 길을 걷다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. 늘 지나다니던 길이었는데 그런 카페가 있는지 그날 처음 알게되었다. 은퇴한 중년의 형제 두 분이 하는 작은 로스터리 카페. 그날따라 그 카페가 눈에 띄였고 불쑥 들어갔다가 드립 클래스를 하고 있는걸 알게 되었다. 그 길로 사람들을 모아 주1회 단 한 달 저녁시간이면 커피를 배우러 갔다. 밥을 먹지 않아도 행복했고 다시 회사를 들어가야 해도 버틸 수 있었다. 일주일 단 하루 그 시간만을 기다리는 기분은 너무 설레였고 커피향이 가득한 그 시간만큼은 너무 행복했었다.

그때부터 나는 커피를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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